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철학적 SF영화
영화 컨택트는 테드 창의 SF 중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2월에 개봉하였습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편집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향효과상의 후보작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감독은 드니 뵐뇌브이며, 에이미 애덤스, 제러니 레너, 포레스트 휘태커 등의 배우가 출연합니다.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도 연출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거절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도착, 도달을 뜻하는 어라이벌(Arrival)인데, 한국에서는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와 비슷한 제목인 '컨택트'로 바뀌었습니다. 결코 작품성이 떨어지지 않은 좋은 영화인데 굳이 이전에 호평받았던 '콘택트'와 비슷한 제목을 가져다 씀으로써 예전 '콘택트'의 성공에 기대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원제인 영어단어 'Arrival'은 흔히 '도착'이라는 의미로 번역되지만,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생각해보면 도착이라는 의미보다는 '도달'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그래서 접촉을 뜻하는 국내판 제목인 '컨택트'는 영화의 주제와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입니다. 제목을 접촉으로 한정 지음으로써 상당히 철학적이었던 영화의 메시지가 사라지고 단순한 SF영화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되었습니다.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그리고 소통
어느 날 갑자기 12개의 외계 비행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12개국의 상공에 나타납니다.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애덤스)와 이론 물리학자 이안 도넬리 박사(제러미 레너)와 함께 외계 비행물체(쉘)와의 접촉을 시도합니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외계 비행물체(쉘)의 내부로 진입해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정체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다른 나라들과 공조하여 이들이 지구로 온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특히 언어 전문가인 루이스는 적극적으로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색깔을 보여준 연출
데뷔작인 그을린 사랑(2010년)부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년)까지 '세계, 경계, 폐쇄'라는 주제에 관심을 보여온 드니 뵐뇌브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의 자신의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바탕으로 소통과 화합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 영화에서 굳이 12개 지역으로 나뉘어서 지구인들을 접촉하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음에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계인보다 더 소통하기 어려운 각 나라의 모습은 개방과 폐쇄정책을 둘러싸고 양분되어 있는 현재의 세계정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컨택트는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개봉 당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외계에서 온 미지의 생명체와 접촉이라는 SF 장르와 소통과 화합에 중요성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잘 결합시킨 참신한 SF영화라는 점이 주된 평가입니다. 영화의 각본뿐 아니라 드니 뵐뇌브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도 보여준 장점인 편집, 촬영, 미술, 음악, 음향 등 다양한 영화기술들을 이용해 연출한 훌륭한 영상미 또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약간의 호불호가 엇갈리는 합니다. 흥미진진한 SF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품은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테드 창의 원작 소설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부분도 많아서 원작을 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약간 갈리는 편입니다. 영화 컨택트는 철학적 깊이가 있는 영화이지만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를 선사하는 영화입니다.